광신자.

인생을 농담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진담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발랄한 소년처럼 모든 일에 농담을 섞어 말하는 아저씨와 점심을 먹었다. 이 사람은 늙지 않을테지만 동시에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모르되 그의 가족들은 그가 아니라 그의 농담과 함께 살고 있을지도. 하지만 농담으로 말하는 이 앞에서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숨기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번번히 실패할 것이다. ㅎㅎ

서른이 되어 사랑을 좇아가는 친구가 있고 결혼과 안정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길을 가다 배가 부른 채 유모차를 밀고가는 친구를 만났다. 얼마전 누군가의 결혼식장에 남편과 함께 찾아와 밝아보였던 모습과 달리 지치고 피곤한 듯한 모습이라, 처음에는 못알아봤고, 이후에는 인사할 시간을 놓쳤다.

술을 거나하게 마셨던 어제밤 술자리 한 선배가 물었다. "너는 결혼을 왜 꿈꾸는 건데? 뭘 하고 싶은건데?" 나는 우물거리다 "정서적 안정을 공유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짜인가? 진심인가? 그냥 외롭다는 이야기지. 나도 '사랑'이라는 감정만을 좇아왔다면 이미 누군가와 만나고 있을까? 알 수 없다. 그 선배는 "너는 결혼에 있어서는 지극히 보수적인 인간이다"라고 평했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나는 단지 결혼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절대 가치를 공짜로 얻고 싶어하는 것이다. 의심하지 않고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 그 어떤 공동체. 어릴적 잠시 고민했던 그 어떤 신도, 종교도, '무리'도 주지못했던 안정감과 확신.

실제로 사람마다 판판이 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가깝게 보면서도 어전히 환상에 도취되어 있다. 그 친구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안고 짊어지고 배에 품고 나는 한없이 지쳐갈 것이다. 어쩌면 농담과 도피만이 가족 속에서의 쉼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의 가족관이란, 정말이지, 기성 체제에 편입하는 가장 정석이구나. 이정도면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거의 광신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내 삶을 채울 다른 것이 나타난다면...나는. 그래 나는.

by 콩피당 | 2009/11/06 14:20 | Live or eviL | 트랙백 | 덧글(0)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도 걱정했던 바로 그 일

기사에 쓰려고 정리해뒀던 김제동 강연 일부다. 올해 3월 25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 첫 강사로 나와 했던 말인데, 청중과의 질의 문답에서 "정치적 소신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이러한 농담으로 답했다. 

김제동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MC들의 개인 성향이 잘 드러나서 지금 다시 읽어도 유쾌하다. 동시에 곤욕을 치른 김제동 씨가, 한국 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편견에 희생됐음을. 그 바닥에서 크게 성장한 이들은 그 편견이 가진 칼날을 알고 몸을 숙여 왔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이 강연의 서너달 전이었나. 김제동은 <100분토론>에 나와 '사이버 모욕죄'에 관한 간단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사실 토론 전체에서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김제동은 "거기 출연해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지 않았나. 다섯 마디 했다. 앉아있기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당시 일각에서는 그러한 김제동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이날 청중의 질문도 그러한 '질책'이 담겨 있는 것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처럼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도 없었다. 그날 토론을 받아치고 기사로 정리한 내 생각에는 그렇다.

"<100분토론> 제작진에게서 처음 연락왔을 때는 '토론 잘 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라며 섭외했다. 제작진이 전화 중에 옆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님도 계셨는지 전화를 바꿔서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갔다. 사실 섭외에 응할 때까지 주제를 몰랐다. 그러다 (제작진에서 보낸) 메일이 "이명박 정부 1년 평가"라고 뜨는 순간 '아 손톱을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전쟁 나가기 전에 손톱과 발톱을 깎아서 집으로 보낸다고 하더라."

"여러 형님들과 논의를 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MC들의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이경규 선배님께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으니 '야 주제가 뭐야'라고 하더라. '이명박 정부 1년 평가'라과 했더니 '야, 니가 하고 싶은 말 다해, 속시원하게 다해, 그리고 고향 내려가 그러면 돼, 고민하지마. 시원하기 이야기해. 괜찮아'라고 했다. 물론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다. 이 정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정권에서도 <100분토론> 나간다고 하면 같게 이야기할 것이다.

강호동 형은 먼저 '제동아 언제고?'라고 묻고는 '내일이다'라고 했더니 '오늘 저녁에 술을 많이 먹어. 그리고 음주운전을 해. 딱 걸리잖아, 그럼 (토론) 안나가돠 돼. 죄지은 사람은 못나가'라고 하더라. 유재석 형은 녹화장에 찾아갔더니 제 손을 잡고는 '기왕 그렇게 됐는데…하여튼 잘해…니 입장 잘 이야기하고…너무 확 나서지 말고…지금은 안나가면 안되지? 그럼 걱정하지 말고 푹자…도와줄게 없어서 미안하다'라고 하더라. 한없이 착한 사람이다.

신동엽 형은 전화를 했더니 '그래? 걱정하지마. 니가 무슨 말을 하든 어차피 욕은 먹게 되어 있어. 그니까 편하게 해. 일단 나가는 순간 욕먹는 거 결정되어 있어. 나 밥먹는 중이야. 끊을게'라고 하더라. <100분토론>은 이렇게 고민하던 과정에서 나간 것이었다."

<100분토론>에 나가는 것도 신변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연예인들이다. 프랑스나 미국은 물론 종종 '독립성'에서 한국 방송계가 무시하는 일본에서도 연예인들의 사회적 발언은, 그들의 재능과 별개로 받아들여지고, 별개로 이야기되어 진다. 이것은 마치 회사의 부장이 수구꼴통이거나 빨갱이 인것과 그의 업무능력이 별개인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김제동 소속사의 대표라는 분이 한 말이 정말 맞는 것은 윤도현이나 김제동이나 '소셜테이너'라는 점이다. 대선때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우르르 도박을 했던 '폴리테이너'와는 다르다. 약자를 돕자는 이야기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가슴아파 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일까?

노무현 대통령 노제를 맡으며,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꼈을까? 모르긴 모르되 이미 그를 옥죄고 있었을 것이고, 그는 알면서도 모른 척 했거나, 깊이 고민해야할만한 '합당한 위협'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것 같다. 실제로 이것은 맞서 싸우며서도 허탈한, '비상식' 중의 '비상식' 이니까.  그의 '오마이텐트'가 잘되어 파일럿을 넘어 정규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by 콩피당 | 2009/10/22 17:54 | Toxic Articl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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